이 난의 글이 일곱 번째입니다만, 재미없는 글은 읽기가 힘들지요. 나름대로 흥미를 넣어 보겠습니다. 삼국유사라고 하면 벌써 역사 이야기? 일연선사? 매력이 없을 것 같지만 눈길이 가는 부분도 있습니다. 삼국유사에 남근(男根)얘기가 나옵니다. 아기 때 고추 아니고, 꼬추라고 부르는 그놈입니다. 그것도 지엄한 왕의 거시기, 지철로왕 즉 지증왕의 물건 사이즈가 떡 하니 기록되어 있습니다. 삼국유사 제1권 제2 기이편 지철로왕(智哲老王)조에 왕음장일척오치(王陰長一尺五寸)라고 명확히 밝혀놓았습니다. 그 글 앞에는 제22대 지절로 왕의 성이 김씨이며 이름은 지대로, 지도로라고 했고 죽은 후 시호는 지증(智證)이라 했다는 등의 내용입니다.
‘독도는 우리 땅’ 노래 가사에 나오는 바로 그 지증왕입니다. 길이(長)가 한자 다섯 치? 그러면 45cm? 말(horse) 귀신에 씌었나? 에이, 풍도 적당해야지. 닙폰 말이 우리 고어에서 많이 갔다지만 일찍부터 구라를 알았네? 그런데 여기에 함정이 있습니다. 이때 사용한 척관법의 길이 단위로 한척(漢尺), 즉 한나라의 기준을 사용했는데 한자는 23cm였습니다. 삼국시대에 사용한 출토된 자(尺)의 길이도 23입니다. 그래도 32cm가 넘어? 과장이 좀 있었겠지요. 그 기준으로 하면 우여곡절 끝에 얻은 부인의 키도 이해가 됩니다. 연제부인은 키가 일곱 자 다섯 치입니다. 225cm가 아니고 173cm라는 말입니다.
64세에 얼떨결에 지절로 즉위한 왕은 장가를 못 갔습니다. 그놈의 꽈추가 문제였지요. 왕이 되자 사자를 여러 곳으로 보내 배필을 구했습니다. 사자가 모량부(毛梁部)에 이르자, 동노수(冬老樹)아래에서 개 두 마리가 똥 덩이 양쪽 끝을 물고 다투는 것을 보았습니다. 덩이가 북(*)만 했습니다.
마을 사람에게 물어보니 “모량부 상공의 딸이 빨래하다가 수풀 속에 숨어서 눈 응가.”랍니다. 그 딸을 냉큼 데려다 축복받으며 결혼했습니다. 모량부는 왕궁에서 8km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지금도 지증왕의 처가마을 이름이 남아있습니다. 경주시 건천읍 모량리입니다. 모량? 모랭이라는 말입니다. 우리 고장에서도 씁니다. 양지모랭이 – 고수2리에 있지요. 冬老樹, 동네 나무라는 이두식 표기이겠지요. 그런데 난해한 한문이 있습니다. 그 똥 덩이의 크기인데 一屎塊如鼓大(일시괴여고대) 덩이 크기가 북(鼓*고)만큼 크답니다. 북? 신문고가 나오기 까마득한 이전이니 그건 아닐 테고, 용 그림의 용고는 더더욱 아닐 것이며. 풍물, 농악에 쓰는 큰북, 아니 상모와 같이 연주하는 소고인가? 이것도 한참 후인데? 납득이 가지를 않습니다. 제가 보는 ‘솔 출판사’ 번역본에 게재된 인쇄에 명확히 북 鼓자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두드리는 드럼(drum)이 아니고 베 짤 때 쓰는 북, 즉 梭(사)나 杼(저)라고 써야 맞는 말입니다. 베 짤 때 씨줄을 날라주는 ‘북’처럼 생겨야 똥개 두 마리가 양쪽 끝을 물고 싸우지 ‘두드리는 북’ 같아서야 이야기가 되겠습니까? ‘북’이라고 하니 그냥 두드리는 ‘鼓’를 쓴 것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鼓라도 뜻이 통하고 원전에 충실해야 하니 鼓가 맞겠지요, 만...
성경은 하늘에서 떨어진 말씀을 냉큼 받아 적어 절대로 오류가 없다는 ‘성경무오설’을 저는 믿지 않습니다. 불경도 석가세존의 말씀 또는 관련된 내용이니 잘못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지 않지요. 삼국유사도 원문의 오류, 필사, 목판 제작, 번역, 인쇄 등의 과정에서 다르고 틀린 곳이 있을 수도 있지요. 제3권 제4 탑상편의 ‘낙산이대성 정취 조신’조 중 黃粱熟(황량숙)의 기장 粱 자를 들보 梁으로 잘못 쓴 것을 여러 번 봤으니까요.
재미가 덜하니 사족을 답니다. 35대 경덕왕의 남근 길이는 8치라고 역시 삼국유사 기록이 있습니다. 통일신라 때라 한자 기준이 29.7센티 정도였다고 하며, 우리나라 사람 발기 평균 길이는 13센티라는 꼬추 콤플렉스가 있는 사람의 썰(說)이 있습니다.
다음 수순으로 당연히 원문을 봐야지요. 국보로 지정된 귀한 목판본은 볼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아니, 볼 필요 없이 영인본을 보면 되지요. 범어사 본은 권 제4와 권 제5입니다. 고맙게도 절에서 영인본을 파니 잘 보지요. 그런데 재미있는 ‘지증왕의 음장 - 꽈추 부분’과 문제의 ‘북만 한 똥 덩이’는 권 제1입니다. 책은 도서관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상식이라 청도도서관에 영인본을 보고 싶다고 문의했습니다. 없답니다. 고서(古書)라서요.
삼국유사의 가치에 대해서 중언부언 하는 것이 이 잡문의 목적이 아닙니다만, 고맙게도 일연선사는 비슬산 용천사, 화악산 적천사, 가지산 운문사에 행적을 남겼고 책을 운문사에서 완성했습니다. 물론 발간은 인각사에서 했지만요. 잘 알려진 대로 청도와 관련된 부분을 대충 살펴보아도 <이서국조, 미추왕죽엽군조, 원광서학조, 보양이목조, 자장정율조> 등등으로 많고, 청도가 화랑정신의 발상지가 되는 중요한 근거이지요. 국보 이전에 청도의 보배입니다.청도와 연관된 고서를 청도도서관에 다 둘 수는 없겠지요. 삼국유사는 물론, 오산지, 정정오산지, 속찬오산지, 청도문헌고, 동국여지승람 청도편 등등 청도에 꼭 있어야 할 책은 영인본이라도 갖춰야 하지 않을까요? 사서직이 철밥통의 으뜸 꿀 보직이라는 그릇된 편견이 하루 빨리 없어지고, 청도도서관 존립 이유에도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2023. 7. 白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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