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당구를 치는데 일본을 통해 들어온 스포츠라 일본 말이 많다.‘우라마시, 오마시, 하꼬마시’같은 용어를 우리말로 잘 바꾸었다. 그런데‘쫑’이라는 것이 있다. 목적하는 공끼리 맞지 않고 의도치 않은 다른 공이 부딪치면‘쫑’이다. 통상 그렇게 쓴다. 방송에서 거북했는지‘키스’라고 한다. 이걸 우리말로 순화한답시고 공모를 통해‘충돌’로 바꿨다. 키스는 영어이고 충돌은 한자어가 아닌가? 일본에 대한 묘한 신경질적인 반응이 조금은 남아있다.
우리말은 고유어가 21% 한자어 53% 외래어 6% 혼종어20% 비율이라고 국립국어원에서 통계를 냈다. 그래도 우리말이‘쫑’같은 외래어(의성 의태어 이겠지만)로 오염되고 있다고 개탄한다.
조선어 순화운동은 북한에서 광적으로 벌였다. 그러니 축구의 세계어인‘코너킥’대신‘구석차기’가 나온다. 그 맥락으로 평양 거리에 장애우가 없고, 평양 시민이 참여하는 일사불란한 집단군무가 있는 것이다. 이차대전 전에 독일에서 언어순화운동이 벌어졌다. 언어의 순결이라는 것은 제복주의와 단색취향, 전체주의로 발전한다. 결국 순결주의는 집단주의 파시즘에 정서적 탯줄이 닿아, 많은 사람을 학살하는 짓을 저질렀다.
언어가 순수하면 좋지만 어차피 글말을 빼고 입말만으로는 살 수가 없으니 다양한 고유어, 한자어, 외래어, 사투리, 쌉소리(삽질하는 소리...라는 신세대어)를 쓰면서 정서적 풍요를 느낀다. 한자어는 많은 부분이 일본에서 온 말이고 일본어 자체가 고대에 우리나라에서 건너간 말이 많다고 하니 외래어에 지나치게 과민할 필요가 있을까? 우리는 이미 다문화 가정을 보듬어 같이 잘 살아가고 있다.
근래에 나라가 나서서 일본 콤플렉스를 벗어나고 있어 반가운 마음이 든다. 벚꽃은 일본의 국화가 아닌 것이 알려지고, 원산지가 제주도인 것이 밝혀지면서 거부감이 거의 없어졌다. 그런데 한꺼번에 피었다가 삽시간에 왕창 지는 왕벚꽃 이라야 한다는 도그마가 남아있다.
멍청한 군인의 대명사에 일본군 장군 노기마레스케(乃木希典)가 있다. 1904년 8월의 러일전쟁 뤼순(旅順)전투에서 10만 대군을 이끌고 5만군의 러시아 군과 싸우는데, 기관총과 대포 앞으로 무조건‘도스케키’만 외치다가 6만 명을 몰살시켰다. 귀국할 때 맞아 죽을 것을 면한 것은 아들 2명의 유골상자를 목에 걸고 왔기 때문이다. 마누라와 같이 나중에 할복했다. 사꾸라가 연상되는 한꺼번의 와장창이었다. 그래도 벚꽃 하면 그 맛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왕창이 파시스트적인 냄새도 풍기는 것이다.
한내 화양 쪽의 산책길 벚나무가 논란이 되고 있다. 과정의 결론을 먼저 말하면 왕벚나무라고 심은 것이 그 모양이다. 업자가 속인 것이다. 또 있다. 풍각에서 비티로 가는 국도변도 토종이었다. 속은 것을 재빨리 알아챈 풍각의 공무원이 가지접을 붙이는 품종 개량을 했는데 제대로 피워 보지도 못하고 국도를 확장하면서 사라졌다. 모든 사업에 실명을 새긴 석판을 반드시 남겨야 하는 이유이다.
한내변의 벚꽃을 유심히 살펴보면 전부가 몹쓸 꽃은 아니다. 그 중에는 분홍빛깔이 짙은 꽃도 있고, 옅은 녹색을 띤 것도 있고, 크기가 작아 앙증스러운 놈도 있고, 개화가 조금 늦어 왕벚꽃이 지고 난 후의 아쉬움을 달래주는 꽃도 있다. 한꺼번에 왕창 피고 져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벗어나면 다채롭고, 아름다운 꽃도 많다. 일본 교토 금각사 옆 히라노(平野)신사는 400여 그루의 벚나무 종류가 50여 종이라 밤 벚꽃의 명소가 되었다. 육종한 벚나무는 무려 200여종 이라 한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청도초등학교에 멋진 능수벚꽃이 있고, 앞산에 예쁜 산벚꽃도 많다.
사꾸라는 일본과 연관을 지울 수 없으니 잘 알려진 얘기. 일본 전국시대의 주역 세 명은 울지 않는 새를 어떻게 했을까?
오다노부나가 ‘죽이고 새를 바꾼다.’
도요토미히데요시 ‘울게 만들어야 한다.’
도쿠가와이에야스 ‘울 때까지 기다린다.’이런 쌉소리도 벚꽃 논란과 같이 극일에 도움이 될까? 옳고 그르다의 문제가 아니다.
한내 벚나무를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싹 베어내고 왕벚나무로 새로 심는다.
둘째, 품과 돈이 들더라도 모조리 왕벚나무 가지접을 붙인다.
셋째, 예쁜 것을 살리면서 능수벚, 겹벚, 산벚 등 다양한 나무를 보식하고 가지접도 붙여 명품 벚꽃 길로 가꾼다.
가로수는 효과가 나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이것 역시 획일과 다양의 견해이지, 곡직(曲直)문제가 아니다. 어느 것이 상책, 중책, 하책일까?
한내는 천연기념물인 원앙이로 이미 유명하다. 근래 벚나무 산책길 곳곳에 쉼터 공간을 잘 만들어놓았다. 휴게의자도 곧 놓을 것 같다. 원앙이와 다양한 철새, 그리고 아름답고 다채로운 한내 명품 벚꽃 길의 재탄생을 기대한다. 벚꽃은 한꺼번에 왕창인 왕벚꽃만 있는 것이 아니다.
(2023. 7. 白又 陳 相基)
- 구독과 후원은 청도투데이의 가장 큰 힘 입니다
-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겠습니다
- 구독 [월]5,000원 [년]50,000원 / 후원 2,000원 이상
계좌번호 복사하기
10일 오후 경북 구미시 구미시민운동장에서 열린 제62회 경북도민체육대회 개막식에서 청도군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도민체전은 오는 13일까지 22개 시·군...
조경업계 전국 최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인 '조경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수다방(이하 조수다)'은 지난 23일 청도군 각북면에서 전국 각지에서 모인 70여명의 조경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
청도군은 지난 19일 제13회 읍·면 풍물대회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풍물대회 관계자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군청 제1회의실에서 대회 추진 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는...
경상북도사회복지사협회(회장 강창교)는 23일 소노벨 경주에서 2024년 신년 정책간담회를 가졌다. 2024년 신년 정책간담회는 의정활동 회원과 함께 2023년 사회복지 정...
▲기사내용 본문▲ 청도 비슬로타랙트클럽(회장 이재동)이 꾸준한 봉사활동으로 지역사회에 귀감이 되며 훈훈한 미담을 전하고 있다. 비슬로타랙트클럽은 지난 16일 오전 각...
11월 3일부터 8일까지 6일간 여수에서 열린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 경북대표로 출전한 서정국 선수가 철인3종(수영 750m·사이클 20km·마라톤 5km) 스프린트에서 1시간 1...
최근 청도지역에 도로를 무단 점용하는 불법 주정차가 급증하고 있지만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운전자와 보행자들이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어 강력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청도군 화양읍 청도읍성 일원에 작약꽃이 활짝 펴 이를 구경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수줍음’이라는 꽃말을 지닌 작약꽃을 구경하기 위해...
청도의 사계절은 매년 눈을 뗄 수 없는 언제 어디서나 풍광이 이어지는 관광지다. 봄이면 곳곳에서 잘 튀겨진 팝콘을 연상하는 벚꽃길이 장관을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