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있으면 해야지” 하고 마음에 두고있는 일을 한여름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는 날에 하기로 했다. 한낮 따가운 햇볕이 소나무 숲 사이로 새어들어 오솔길을 환하게 비쳐주고 있다. 녹음이 짙은 용각산 등산로를 따라 오르니 기분이 너무나도 상쾌하다. 숲속 전체가 매미 소리로 울려퍼져 귀가 즐거워 오르는 발걸음이 가볍다.
긴 장마에 무척자란 풀이 진한 향기를 내뿜으며 소나무 숲 사이로 잡목들이 가득 침범해 있다. 빗물이 흘러내린 오솔길은 붉은 빛을 띠며 박혀있는 돌을 더욱 두드러지게 만들어 놓았다.
T자형 갈림길에서 새로 낸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산속에 자라나 있는 재피나무 열매를 따서 향기를 맡아보고는 혀끝으로 웨한 맛을 느껴보기도 한다. 자연석으로 놓은 돌계단을 오르니 눈 앞에 집채만한 큰 바위가 우뚝 서있다.
장롱을 닮았다 해서 농바위라 부르며 장군이 입었던 갑옷을 이 바위에 넣어 두었다는 전설도 있다. 해서인지 두 개의 바위를 정교하게 포개 올린듯한 모습이 장롱과 너무나도 닮아 장롱바위라 부르기에 아무 손색이 없었다.
뒤 쪽에 놓인 디딤돌에 발을 얹어 양손으로 바위를 잡고 올라보니 윗면이 깎아놓은 듯이 평평하며 한 면이 이그러진 직사각형 모양을 하고 있었다. 어른 6명 정도는 충분히 앉을 수 있는 공간이어서, 초등학생 13명이 이 바위에 앉았다는 이야기가 납득이 되었다.
바위를 한바퀴 돌아 남으로 향해있는 바위 우측에 마치 숲속의 옹달샘과도 같은 조그마한 샘이 하나 있다. 옛날 선녀들이 내려와 마셨다고 해서 ‘약수샘’이라 부르기도 하며 만병에 효험이 있다해서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는 설도 있다.
용각산 정기를 가득담아 바위 틈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몸에 좋다는 정도로 받아들이고자 한다. 약수샘에서 비스듬히 몇보 아래에는 기역자 모양의 바위를 둘러싸듯이 석축으로 정교하게 쌓여져 있다.
여기에 얽힌 이야기를 모르고 언뜻보면 참호로 보일지 몰라도, 옛날 선녀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목욕을 하였다는 목욕탕이라고 한다. 어른 3명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있어 목욕탕으로 보아도 괜찮은데, 단지 물이 없고 잡초만 무성하니 형태로만 선녀탕으로 삼고자 한다.
한가지 덧붙이자고자 하는것은 선녀탕이라 하면 “빼어난 경치에 흘러 내리는 물이 너무나도 맑아 속세의 인간들이 여기에 목욕하기에는 아까운 곳이다” 하여 선녀탕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는 그만큼 신성한 용각산이 비를 머금고 내 놓는 물이 영롱한 이슬과 같이 깨끗했다는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추측해 본다. 잠시 바위에 걸터앉은 발걸음을 다시 옮겨 갈지자 모양의 소나무 숲을 오르니 다리에 힘이 부치기도 한다.
새소리 들으며 생이 다한 고목나무를 보며 자연이 주는 경색을 그대로 받으면서 혼자만의 생각으로 걷다가 딱 마주친 것은 언덕 모양의 큰 바위였다. 표면은 온갖 자연을 묘사해 놓은 듯 울퉁불퉁하며 발자국과 구멍모양의 홈도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었다.
한눈에 보아도 웅장함이 눈에 확 들어와 그 모습에 걸맞게 이 바위는 장군바위라 한다. 청도를 수호하던 장군이 쉬어가던 장소라고도 하며 발자국 모양은 용마의 발자국이라 한다. 유래에 적힌 이야기대로 용마의 발자국을 살피는 순간 뭔가 고리 모양의 특이하게 생긴 돌고리가 눈에 들어온다.
장군이 잠시 용마를 매어 두었던 고리라 해서 사실로 믿고 싶을 정도였다. 지어낸 이야기라 할지라도 장군바위 이야기를 꺼낼 때, 실재로 말을 매어둘 수 있다는 인식을 주어 스토리텔링의 핵심을 간직하고 있다 보여진다.
유래 표지판을 세울 때 같이 온 옆동네 형님의 이야기에 의하면, 이 장군바위를 툭툭치면 그 울림이 용각산 정상 부근까지 울림이 전해온다고 한다.
한 덩어리로 된 거대한 물체는 울림이 전체에 퍼지기 때문에 이 말에 신빙성을 두고자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보는 장군바위는 거대한 전체 장군바위의 일부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뒤에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하겠다.
장군바위를 가로질러 1분정도 비스듬히 걸어 올라가면 절벽 모양의 바위가 병풍을 펼쳐놓은 듯 자리잡고 있다. 그 아래에는 샘물이 졸졸 흘러 나오고 있으며 접근을 막는 듯 난간으로 둘러져 있다. 양은 실개천보다 적지만 손이 시릴 정도로 차가우며 산속 양서류의 좋은 서식처가 되어주기도 한다.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이 샘의 깊이는 명주실 한꾸러미를 넣어도 바닥에 닿지 않았다고 하며 물줄기는 청도천까지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지금의 상태로 봐서는 그저 바위 틈에서 솟아나오는 샘으로 보이지만 예전에는 깊이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명주실 한꾸러미가 어느정도 깊이인지 정확하지 않지만, 수의 개념이 희박한 시대의 사람들은 그저 조금 깊다하면 “명주실 한꾸러미 들어간다” 고 하지 않았겠나 추측해 본다.
용샘의 물줄기가 청도천까지 연결돼 있다라는 말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듯 하다. 물은 지구전체 70%정도 차지하고 있으며 지표에서 지하 수천키로 이상 물줄기가 내려간다. 그기에 비하면 용샘에서 청도천까지는 잠깐 스쳐 지나가는 정도의 물줄기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용각산 스토리텔링 이야기 중에 가장 과학적인 근거에 접근한 이야기로 들려진다.
이런 연유로 인해서인지 석가탄신일인 사월초파일이면 물을 얻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고 하며, 가뭄때 기우제를 지내던 중요한 장소 였다고 한다. 예전에는 가뭄에 단비를 바라는 농민들의 갈망이 서려있는 용샘이지만,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스토리텔링의 이야깃 거리가 되고 있으니 용샘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인적이 드문 용각산 용샘에서 펜을 들고있는 시간은 즐겁지만, 불청객이 찾아와 자꾸만 괴롭히니 하산 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용각산을 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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