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又칼럼(13)
토끼를 다 잡으면 사냥개를 삶는다는 토사구팽(兎死狗烹)은 춘추시대 월나라의 범려(范蠡)가 먼저 알았다. 월왕 구천(勾踐)을 도와 서시(西施)를 교육시켜 미인계로 오나라를 작살낸 범려는 ‘구천이 고난을 함께 할 수는 있으나 영화는 함께 누릴 수 없다.’고 판단하여 서시를 데리고 제나라 쪽으로 날았다.
유방을 도와 중국을 통일한 한신(韓信)은 제나라 왕이 되었을 때부터 독립하라는 괴철(蒯徹괴통이라고도 함)의 조언을 무시했고 초왕이 되어서도 설마 하다가 유방의 여후에게 아작이 났다.
워낙 잘 알려진 고사라 후세 인물은 토끼를 다 잡지 않는 방법을 쓴다. 당나라의 초토사 유거룡은 황소의 난을 진압하면서 승기를 잡자 ‘끝까지 추격하여 궤멸시키자.’는 부하의 말을 묵살했다. 적 궤멸은 바로 자신의 팽(烹)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명나라 말 틈왕(闖王) 이자성이 토벌군을 매수하여 살아난 것도 진기유의 불여류적(不如留賊) 즉, 적을 남겨놓는 것이 자신의 쓸모를 위해 이롭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결과는 실패했지만 결말을 얘기 하려는 것이 아니다.
거대야당 대표의 구속적부심이 기각되었다. 국회의 체포동의안 가결이라는 정치적 결단은 무시 되었고, 위례대장동 사건과 관련된 배임, 이해충돌위반, 부패방지법위반, 성남FC불법후원금 사건의 제3자뇌물, 범죄수익은닉규제법위반, 백현동개발 사건과 관련된 배임, 허위사실유포, 선거법위반 사건의 위증교사, 대북불법송금 사건의 제3자뇌물, 외국환거래법위반 등 무려 아홉 가지 혐의와 관련한 종범 20여명의 구속은 이상한 꼴이 되었다.
채널 A에서 조선일보를 인용 보도한 바로는 배임액이 무려 5천 95억 원, 뇌물 2백 39억 원에 달하여 특가법과 특경법에 해당하는 중형의 혐의라 한다. 구속적부심에서 도주 우려와 증거 인멸 을 크게 다루는 것 같은데 위증교사가 증거인멸인데, ‘소명 된다’라고 하고 ‘증거인멸 염려가 없다’라고 하는 이상한 논리였다. 덧붙여서 공적 감시 대상이라 하니 더욱 지켜보라는 말이리라.
이 결정으로 검찰은 기세가 한풀 꺾였다고 하고 국힘당은 내년 총선에 어려움을 맞았다는 근시안적인 시각이 있다. 오히려 안타깝게도 더불어 민주당은 쇄신할 기회를 상실했고, 대추나무에 연 걸리듯(적절치는 못하지만) 아홉 가지나 법에 걸린 죽은 연(鳶)을 상대할 국힘은 불여류적의 기회를 갖게 되었다.
우선 질겅질겅 씹는 술자리 안주인 ‘째, 점, 수신제가 등’의 논란은 계속 된다. 그리고 수박을 가려낸다고 날뛰는 모습을 보면서 대선후보 경쟁 편이었던, 가결 30여명 팀은 핍박 받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고, 또 다른 파벌도 권토중래를 노리고 움직임을 시작한 기미가 보인다. 옥중 공천을 대신할 꿈을 꾸던 몽상가들도 ‘어떻게 확보한 당권인데 내어 놓을 리가 없는 대표’ 앞에 가시에 걸린 종이연 처럼 갈가리 찢겨 각자도생으로 향한다. 이는 선거법 위반이 확정되는 순간 국비 보조금 4백 34여억 원을 토해야 하고, 먹이를 보고 몰려든 파리 떼는 사라지는 먹이에 따라 흩어질 수밖에 없어 와해가 보이니 당내 리더쉽 회복이 아예 불가능할 것이 우려된다.
아울러 구속적부심은 끝이 아닌 시작으로 1심 판결이 년 말 이내 몇 건 나올 예정이고, 검찰의 수사와 기소도 꾸준히 지속되어 사법리스크는 더불어 계속 된다. 쭈-욱...
혁신위원회의 노인 투표권을 제한하자던 에이지즘 논란은 계속해서 당을 바람으로 더불어 흔들어 개혁이나 혁신이 종 쳤고, 불체포 특권 포기 거짓말도 튀기는 침방울과 더불어 입에 오르내리고, 사나운 맹구의 딸들은 더불어 짖어 민심을 쫓아낸다.
양념으로 대의원제도 해지 실패도 60배인 권리당원 가치와 더불어 퉁퉁 불어 거론 된다. 이렇게 리더쉽 없는 적장이 핍박 받는 양, 속칭 노고지리 통 속에 있으며 구심점 행세를 하는 것 보다 허수의 아비처럼 뻘쭘히 서 있는 것이 대척점에 있는 당이 총선에 훨씬 유리하리라고 본다.
만약 구속 되었더라면 예전에 부산으로 옥새를 들고 튄 배반의 아이콘처럼 옥중으로 옥새를 들고 가지는 못한다 하니 그 역할을 대신할 기고만장이 나타나(이미 잠깐 나타났다.) 헌칼을 휘둘러 대었을 것이고, 그 깃발에 ‘당 대표를 구하고 복수를 하자’라는 구호로 뭉치는 시늉을 할 가능성이 있었다. 공천을 들고 휘두르니 눈치코치 보면서 따르는 흉내를 내지 않을 수 없는 지경일 테니 상대 당이 어찌 쉬운 싸움이랴.
만약에, 진실로 옥새를 빼앗기지 않는 참신한 - 쌈빡할 리도 없지만, 째보다 나은 사람이 등장하여 선명성과 함께 개혁과 쇄신을 부르짖기라도 하면 지금의 엉망진창 프레임을 깨트리면서 정말 어려운 싸움이 된다. 더구나 특정 지역은 공천만 주면 온갖 잡범 말뚝도 당선 시키는 판이니 어찌 쉬운 승부이랴.
고사의 불여류적이 팽 당하기 않기 위한 방편인 점에서 상대할 賊이 아닌 敵이 남았다는 층위의 구분이 있겠으나 만신창이의 적장이 어찌됐건 간에 또 표면에 나서니 국힘의 입장에서는 이 싸움은 새로운 적장이 나타나는 것 보다 나은 불여류敵이 아니고 무엇이랴. 그저 먹기이다. 유념해야 할 것은 留적이라고 방심하다가 오히려 망한 역사도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대추나무에 걸린 연이 우선 펄럭이는 것 같아 보인다고 해서 패거리들 모두 다시 날아오르는 경우가 있을까? 단순한 정국의 감상으로 끝 내지 못하고 애가 타는 것은 나라와 국민의 명운이 연관된 일이기 때문이다. (2023. 10. 白又. 陳相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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