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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으면 죽는다 - 목숨과 바꿀만한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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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으면 죽는다 - 목숨과 바꿀만한 음식?

맛보기 전에 ‘쪽팔려 죽겠다'

白又칼럼(16)  


친구 여럿이 모여서 생선탕을 장만했다. 그런데 아무도 선뜻 숟가락을 내지 않는다. 한 사람이 꾀를 냈다. 

  “올 때 보니까 다리 밑에 거지가 웅크리고 있더라. 그놈에게 한 그릇 먼저 주자.” 옳다구나 하고 듬뿍 떠다 주었다. 한참 후에 동정을 살펴보니 멀쩡하다. 그제야 모두 둘러앉아 반주 곁들여 맛있게 먹었다. 헤어져 돌아가며 우정 다리 밑에다 자랑한다. 

  “어때. 탕이 맛있지?” 

  “어, 모두 멀쩡하네! 그러면 나도 먹어볼까.” 거적 속에 숨겨두었던 탕을 꺼내 그제야 맛있게 먹더라나. 


임진왜란 전에 조선을 침략하기 위해 전국의 사무라이를 소집했는데 ‘후쿠오카’에 오면 멀쩡하던 놈들이 나자빠진다. 원인이 복어 때문인 것을 알고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금지령을 내렸다. 역시 조선 침략의 원흉 중 한 놈인 ‘이등박문’이 복강에 왔을 때 이 탕을 맛 보고 아이러니하게도 금지령을 해제했다는 썰이 있다. 얇게 저민 회는 더할 나위 없고 미나리 식초를 곁들인 탕, 가슴지느러미를 바싹 구워서 청주에 띄운 ‘히레사케’는 일품이다. 중국에서는 천계옥찬(天界玉饌)이라 하며 하늘의 신선들이 즐겨먹 진미로 여겼다. 


특히 이리(魚白 왜 말로는 시라코 白子)는 서시의 젖가슴이라 하여 사르르 녹는 맛이 기막히다. 소동파는 목숨과 바꿔도 좋을 맛이라고 풍을 쳤다. 절대 먹으면 안 되는 부위는 알이다. 복어알을 요리 해 먹고 염라대왕 만났다는 신문보도가 예전에 가끔 있었다. 먹으면 ‘얄짤없다.’ 그런데 복어알에 양념을 넣고 소금도 듬뿍 넣어 도마에 난도질한 후에 송곳을 하나 탁 꽂아둔다. 어부들이 운항 중에 못 마시게 하는 술을 큰 잔으로 ‘원샷’하고 송곳을 쪽 빨면 정신이 또렷해진다는 구라가 있다.(설마 실천하는 사람이...) 근래에도 복어알이 각성 효과가 있다는 헛소리 때문에 골프치는 사람이 먹고 황천 구경을 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지금이야 복어의 어느 부위에 독이 있는지를 알기에 자격있는 요리사가 조리한 요리를 맛있게 먹고, 특히 앙식한 복어는 독이 없다고 알려지면서 복 요리집도 많이 생겼다. 양식 자연산을 가리는 방법은 간단하다. 알을 먹어보면 된다. 

실학자 이덕무는 ‘북한산 백운대 오르지 말고 복어탕 먹지 말라.’는 가훈까지 내렸다고 한다. 사소한 것에 목숨 걸지 말고 너무 높은 곳(지위)을 탐하지 말라는 경고로 생각한다. 


청도는 내륙이라 복어 사고는 별로 없다. 그런데 유난히 즐기는 독식(毒食?)이 있다. 옻이다. 원래 우리나라 자생종이 아니었고 중국에서 들여왔다고 하는데 우리 산에도 곳곳에 널리 퍼졌다. 옻은 칠(漆)이다. 풍각 화산마을 실개천 가에 아름드리 참옻나무가 있다. 옻나무를 잘라 넣고 끓인 닭, 포르스럼한 국물 특유의 삼빡한 향미와 닭고기의 쫄깃한 식감 하며, 그 맛은 한 번이라도 먹어보면 인삼 넣은 삼계탕은 밋밋하여 못 먹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옻 순도 먹는다. 순은 한해에 단 사흘 정도 채취 할 수 있다. 너무 일찍 따면 먹을 것이 적고 늦으면 질기고 독이 심해서 못 먹는다. 


생으로 먹고 데쳐서 먹기도 하고, 튀김으로도 먹는데 어느 책에 목숨과 바꿀만한 맛이라고 했다지만 쪼끔 먹어본 경험으로는 공감하지 못했다. 옻에 있다는 우루시올이라는 독은 끓이면 휘발이 된다지만, 면역에 관해 잘못 알려진 점이 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는 한번 감염되면 항체가 생겨 재 감염 때에는 그 증상이 덜하고, 이걸 응용한 것이 백신, 예방접종이다. 

옻 독은 그 작용기전이 다르다고 한다. 독에 접촉하기 전에는 항체가 없어 반응이 없고, 한번 접촉하고 나면 항체가 생겨 격렬하게 반응하여 치명적이라니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과는 반대이다. 그러니 옻 처음 먹어보니 괜찮다? ‘나는 옻이 안 탄다.’라고 속단할 수 없다. 특히 옻칠 공예품을 통해 자신도 모르게 접촉했을 가능성이 높으니 처음 접하는 것 같아도 옻 독이 오르는 경우가 있다. 


지금이야 병원에서 부신피질 호르몬이나 항히스타민 처방으로 치료가 된다지만 예전에는 밤나무 삶은 물로 씻거나 까마귀밥이름나무(이름도 길다)로 치료했다 한다. 그 나무가 청도시장 북쪽 입구 새로 난 도로 자투리땅에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없어졌다. 옻이 오르면 피부에 극심한 알레르기가 생기는데 속은 괜찮을까. 몸속 염증이 심하면 암이 되지는 않을까? ‘속 옻 오르면 죽는다.’는 말이 전해지고 노인들은 ‘정력 떨어진다.’고 말렸다. 그런데도 탐하는 것은 그 매력적인 맛과 속을 덥힌다는 낭설 때문이다. 나이 들어 텔로미어가 짧아지면 자연스레 골(谷)로 갈 텐데 미리 재촉한다.


최근에 멀쩡하던 음식도 독이 든 먹을거리로 등장했다. 우리 서민은 몇백억, 몇십억 하면 ‘큰돈이네.’ 할 뿐 감이 없다. 몇억 하면 엄청 많은 돈? 그런데 소고기 몇백만 원어치? 실감이 확 온다. 눅눅하지 않게 바싹 잘 구운 호밀로 만든 샌드위치는 보지도 못했지만, 법카로 사 먹으면 속 옻 탄다. 복어나 옻닭을 먹어본 촌한(村漢)도 어디 맛 좀 볼까. 시중 젊은이들이 통상 쓰는 인문학적 고급언어(?)가 아주 적절한 경우를 만났다. 독으로 죽기 전에 ‘쪽팔려 죽겠다.’ 이덕무의 백운대 훈계까지 거듭 생각난다. (2023. 11, 白又 陳相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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