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又칼럼 (17)
외국인에게 우리 말이 어려운 이유가 대상에 따라 사용하는 단어가 다른 점에도 있다.
멸치와 돼지는 대가리이다. 소대가리를 소머리라고도 하는 것은 일을 도우기 때문인데 원래 짐승은 대가리이고 사람은 머리이다.
시정의 우스개 하나. 이발한 자기 아버지 머리 모양을 보고 화가 단단히 난 조폭이 아버지와 함께 이발소에 쳐들어갔다.
이발사를 불러세운 조폭 “애 대가리를 이 꼬라지로 만들어 놓은 게 어느 새끼야? 너 오늘 뒈졌어.” 이런 경우 ‘천박한 꼴’이라고 한다.
몇 해 전, 어느 X이 대통령을 입에 올리기도 민망하게 ‘삶은 소대가리’에 빗대고 ‘겁먹은 개’ 운운하며 비유했다. 대통령이 누구이었건 간에 국민은 이 수모를 반드시 갚아야 한다고 분개했지만, 그 전에 스스로 비천한 혈통을 드러낸 셈이었다.
조삼모사라는 말은 원숭이 먹이를 줄 때 쓰니까, 사람에게 쓰면 비하하거나 나무라고 조롱하는 의미이다.
그 대상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군인이라면 당연히 쓰지 못한다. 이발사를 나무란다는 것이 자기 아버지를 욕보인 조폭 꼴이다.
성서의 십계명 중 세 번째는 ‘신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말라’ 다. 유대인들은 신을 표기할 때 ‘YHWH’라 적고 이를 읽어야 할 때 피휘하여 ‘주’라는 뜻의 ‘아도나이’라고 읽거나 그냥 우물우물 건너뛰었다.
세월이 흘러 원래의 발음인 ‘야훼’를 찾는 데 애먹었다고 한다. 사육신의 한 분인 이개(李塏) 선생은 동국정운을 편찬했고 훈민정음 창제에도 참여한 대학자이자 충절의 상징이다. 한산이씨인데 후손들은 개(犬)를 ‘마당 너구리’라고 부른다. 존경하는 선조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 자체가 예의에 어긋나는데 하필이면 犬과 부르는 어감이 같으니 피휘(避諱)하여 아예 입에 올리지 않는다. 이것 하나로도 한산이씨가 명문의 품격이 살아 있다고 한다.
‘개’는 접두사로 많이 쓰는데 질이 떨어지고 쓸데없는 것, 그리고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쓴다. 개소리, 개꿈, 개떡, 개망나니.... 과일도 개살구, 개복숭아 .... 하다 못해 개차반도 있으니 무엇이든지 앞에 ‘개’가 들어가면 상스런 의미까지 포함된다.
그런데 딸 앞에 개를 붙여? 자기 아버지 머리를 대가리로 표현하는 맹구(猛狗)의 딸을 부르는 말일까? 개혁의 딸? 높을 塏(개)와 하찮은 것의 비유인 개(犬)가 아무 상관이 없어도 명문가에서는 쓰지 않았다.
사위가 처가에 갔는데 장인 장모 간에 싸움이 났다. 사위가 듣거나 말거나 ‘이놈 저년’ 하며 싸우다가 장인이 손찌검하려 하자 장모가 도망간다. 본채를 몇 바퀴 돌다가 장모가 문밖으로 도망가고 뒤따르던 장인이 마루에 뻘쭘하게 서 있는 사위에게 고래고래 소리 지른다.
“이년 이거 어디 갔어?”
“그년 그거 밖으로 튀던데요.”
장인이 ‘이년’ 한다고 사위도 ‘그년’ 하는 것은 쌍욕 하는데 박장대소하는 것과 별로 다를 바가 없다. 사위가 처가를 나무라는 풍자였지만 품격이 별로 나을 것도 없는 사위는 비루하다며 처가 발걸음을 끊었다.
비천(卑賤)은 가난이나 낮은 지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돈이나 학식, 권력으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바탕이 깨끗하지 못하고 언행이 가치관이 없거나 균형 잡혀 있지 않은 경우이다. 가족이 쌍욕으로 다투며 사는 집, 자식에게 험한 말을 하거나 손찌검하는 가정, 인내 양보를 모르고 시비를 일삼는 자, 약속을 어기고 변명을 일삼는 사람, 거짓말을 하고 속으면 부끄러움을 모르고 뻔뻔하게 자기의 재주로 아는 것을 말한다.
‘부모는 자식의 덕을 말하지 않고, 자식은 부모의 허물을 말하지 않는다.’라는 것은 사람의 기본 바탕이다. 부모의 잘못을 꼭 말해야 한다면 ‘집안에서만 말할 뿐, 밖에 드러내지 않는다.’는 자치통감의 사마광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동양의 기본정서이다.
그런데도 자랑이 아닌 부모의 직업 행적까지 까발리면 소탈이나 스스로 낮추는 겸손이라고 보지 않는다. 비하는 겸손과 엄연히 다른데, 감성팔이의 목적으로 가족까지 동원하면 천박하고 비루하고 비천하다고도 한다.
이런 풍조가 집단에 일상이 되고, 자기들도 모르게 몸에 배었을까? 하다 하다 못해 이제 여성을 ‘암컷’이라 비유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설마 전체 여성을 조롱했을 리가 없다. 제 식구인 ‘도그도터’나 자기 침팬지에게 한 말일까?
적어도 기초 의식주와 국방에서 시작하여, 삶의 질을 높이는 일, 올바른 분배의 과제나 가치 측정의 문제, 그리고 경제성장과 권리 존중, 나아가서는 행복과 자유라는 공동선에 대한 고민으로 신뢰를 쌓아야 할 정치판에 누가 국민을 걱정하고 국민이 오히려 누구를 이끌어야 하는지 주객이 한참 전도 되었다. 더 큰 걱정은 이것이 빙산의 일각일 뿐 온갖 부분에서 도덕적 둔감이 너무 심하여 ‘스스로가 무슨 짓을 하는지도 알지 못한다.’라는 점이다. 한 솥의 국은 한 숟갈만 맛봐도 알 수 있다. 국민은 부끄럽고 참담하다. 그런 말과 행동은 밖에서 하지 말고 집단의 ‘가족적인 분위기’ 아닌 ‘가축적인 분위기’ 속에서 동물농장을 자랑하고 ‘쪽 팔아가며’ 你들 끼리 하기 바란다. (2023. 12. 白又 陳相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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