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又칼럼 (21)
어느 농촌 마을에 목사님이 계셨다.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늘 먼저 인사했고, 무얼 물으면 친절하고 상냥하게 답해주며 심지어 농번기에는 일손까지 도왔다. 마을 사람 모두가 존경했는데, 할머니 한 분이 마침 지나가는 목사님을 붙들고 인사를 했다.
“목사님 정말 훌륭하십니다. 꼭 뒷산 우리 절에 있는 부처님 같습니다.”
수도를 주로 하는 수사나 수좌가 따로 있지만 목사님, 스님, 신부님을 우리는 통상 성직자라고 하며, 절에 다니는 할머니가 목사님을 존경하듯이 대개 자기의 종교와 상관없이 존중한다.
우리나라 종교인구 비율은 2021년 한국 리서치에서 조사한 바로 개신교가 20%. 불교 17%. 천주교 11%. 기타 종교 2%. 종교 없음 50%. 라고 한다. 그런데 종교가 없다는 50% 중에 높은 비율이 유교(儒敎)를 따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조선시대 오랜 기간 유교적 생각이 몸에 젖어 종교로 보지 않고 생활 그 자체인 관습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君師父一體(군사부일체)’ 같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 같은 말도 넓게 해석하여, 아버지도 당연히 공경 대상이라는 뜻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이고, 長幼有序(장유유서) 같은 질서를 어지럽히면 지탄받는다. 종교를 가진 사람들 역시 사회 저변의 룰을 불문율로 받아들인다. 부모에게 불효하는 것을 패륜이라고 질타하는 것처럼, 나이 든 사람을 존중하지 않을 때는 ‘너는 어미 애비가 없냐?’하고 가혹하게 비난하는 경우도 보게 된다.
미국에 사는 어느 ‘자칭 목사’가 대통령 부인에게 접근하여 명품 파우치를 주며 몰래 촬영하고 이를 1년 넘게 기다렸다가 총선을 앞두고 자기들 목적에 맞게 편집하여 폭로하는 짓을 저질렀다. 국민의 일부는 왜 그것을 냉정하게 거절하지 못했느냐며 ‘명품 선물’이라는 결과만을 두고 나무라는 것 같은데, 우리 사회가 얼마나 부패했으면 ‘대통령 부인에게 어떻게 성인, 아니 냉혈한 같은 도덕률을 요구할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청탁이 없다는 점에서 뇌물이 아닌 선물이지만 이 문제에는 우리 사회 관습과 정서상 짚어보아야 할 면이 있다.
어린 시절 돌아가신 아버지와 친분이 있다는 목사가 이역만리에서 찾아와 만나고자 하는데 만나주지 않았다면 ‘네가 언제부터 영부인이 됐다고 선고와 친분이 있는 사람도 무시한다는 말이냐?’ 라며 사회 관습의 도리를 모르는 사람으로 나무랄 수가 있다. 간단한 선물을 두고 가는 것을 칼같이 거절했더라면 ‘아버지와 친분이 있는 사람, 그것도 성직자인 어른의 호의를 그렇게 무시하느냐?’ 도도하고 거만하다는 비난을 당할 경우가 된다.
며느리 발뒤꿈치가 험하면 ‘더럽다.’고 나무라는 시에미는 며느리 발뒤꿈치가 깨끗하면 ‘달걀 같다.’고 흉본다. 앉으면 ‘앉아있다.’고 꾸짖고 서 있으면 ‘섰다.’고 비난한다. 만나면 ‘만났다.’고 나무라고 안 만나면 ‘거만하다.’고 흉봤을 것이며, 두고 가면서 ‘뇌물이라고 겁박’하고, 억지로 돌려줬더라면 ‘싸가지 없다.’고 매도했을 것이다. 경상도 말로 ‘벌 대놓고 무조건 트집 잡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니 이 일은 대통령이나 부인이 사과하지 않으면 ‘잘못을 모른다.’며 나무랄 것이며, 사과하면 ‘잘못을 자백했다.’고 비난할 것이 목표이니, 답은 정해져 있었다. 전래의 관습과 정서를 볼 때, 그리고 고도의 계산된 몰카 정치공작이라는 점을 볼 때 애시당초 곡직(曲直)을 가릴 사안이 아니었다. 사과 자체가 어불성설이고 ‘사과를 강요하는 자가 사주한 세력과 관련이 없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으니, 모함을 벌인 자들에 대한 ‘범법의 단죄를 어찌할 것이냐.’는 논의가 급하다 하겠다.
북한을 들락거리며 특정 이념에 사로잡힌 인간이 시계에 장착한 몰카로 촬영하는 악질적 정치공작을 하면서 하필이면 왜 목사라는 신분을 내세웠는지 참 모를 일이다. 목사라고 자칭하는 사람 중에 비인가 신학교나 성경학교 출신이 있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신앙을, 종교의 자유가 있는 우리나라가 막을 이유도 없고, 막지도 않으며, 막아서도 안 되고, 오히려 그 믿음 자체는 존중한다. 그렇지만 하필이면 이런 파렴치한 짓을 저지르면서 목사의 신분을 내세워, 소명을 받은 여러 훌륭한 성직자들을 욕보이는지 알 수가 없다.
어른을 공경하는 우리의 도덕적 미풍양속에 편승하고, 성직자를 존중하는 사회 정서를 악용하여 국민을 혼란케 하려는 파렴치한 범죄이니, 이천 수 십여 년 전 인류의 스승을 팔아먹은 패륜의 ‘유다 이스가리옷’ 망령이 탈을 쓰고 되살아 난 것일까?
사방의 강대국과 남북이 대치한 엄중한 위기 속에서 국민의 행복과 국가의 융성을 추구해야 하는 중대한 총선을 앞두고 나라를 해치려는 음흉한 세력의 혼란 획책에 현명한 국민은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2024. 2. 白又 陳相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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