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말중에 근거없이 남을 비방하거나 아무 잘못이 없는데 욕을 먹을때 '터무니없다'고 한다
여기서 '터무니' 의 사전적 어미는 터를 잡은 자취, 터의 무늬, 터의 문화라고 말한다.
지구촌에 창궐한 코로나로 매년 개최하던 청도소싸움축제도 3년간 중단된 상태에서 청도군은 4월중에 소싸움축제를 연다고 발표했다.
우리 지역 장터나 하천변에서 간헐적으로 개최되던 소싸움이 1990년 민속투우협회가 결성되고 이서면 서원천에 영남투우대회를 개최하게 되었고 민선군정이 들어선 1996년부터 전국투우대회로 격상시켜 삼일절을 전후로 대회를 개최했다.
소싸움대회는 다른 지역에서도 개최해 왔지만 청도의 소싸움이 유일하게 정부가 지원하는 지역축제로 지정되고 빠르게 전국 10대축제로 발돋음했다.
상설투우경기장 건설이 확정된후 더 이상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아도 될 자립축제로 정부의 인증 받아 가칭 우권법인 '전통소싸움관한 법률'을 제정 입법시켜 주말마다 제4의 레져산업 우권을 발매할 수 있게 됐다.
다른 소싸움지역을 제치고 괄목할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청도소싸움축제의 터무니를 찾아 본다.
1998년 2월, 술과 축제를 담당 취재한다는 중앙일간지 J사의 H기자가 청도군 문화공보실을 찾아왔다.
기자는 청도 전국투우대회를 J신문사 전국판에 전면게재해 하겠으니 소싸움의 전통과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좋은 사진을 한 컷 찍을 수 있게 취재협조를 요청했다
군청에서 가까운 화양읍 범곡리 주변에서 장소를 물색했는데 들판 가운데 외따로 돌담으로 둘러싼 대나무밭이 있는 기와집 찾아 그 집앞 묵논에서 소싸움을 부치기로 했다.
다음 날 기와집 대문앞에 멍석을 깔고 경로당에 어르신들을 모셔 술상을 봐 드렸다.
가장 어려운 일이 싸움소의 섭외였는데 몇일후 대회에 출전할 소를 어찌 시범경기에 내 보낼 수 있겠냐며 투우인들이 완강히 거부했으나 우여곡절 끝에 어렵게 소싸움을 부쳤고 우리가 원했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고전적인 기와집 돌담밖 대문앞에서 멍석에 둘러앉은 어르신들이 아랫쪽 묵논에 벌어진 소싸움을 즐기며 막걸리를 마시는 장면을 찍은 것이다.
그해 3월초. 투우대회가 열리기 3일전에 J신문사 일간지 문화면에 청도 전국투우대회 예고와 지역 특산물인 한재미나리가 크게 기사화 됐다.
그 다음해 1999년부터 청도소싸움은 문화관광부 축제로 지정됐다.
그 당시 정부지정 지역축제는 도자기(이천), 인삼(금산), 탈춤(안동) 정도였는데 청도소싸움이 추가되어 청도소싸움축제란 이름으로 가장 빠른 시간내 전국 10대축제로 발전했다.
1999 청도소싸움축제에 일본 가고시마현 도쿠노시마에서 싸움소 세 마리를 공연일정으로 청도에 불려들어 소싸움한일전을 열었다.
현장의 관객들을 소들의 격돌에, 환호와 탄식을 내 지르며 번개, 사자, 왕뿔 등 한국싸움소가 일본싸움소를 이길때 모두 일어나서 환호와 박수갈채를 보냈다. 한국의 황소와 일본의 화우의 격돌은 전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외국인을 유치를 위해 주한미군의 로데오클럽을 초청 로데오경기를 열어 주한외국인 대사관 가족과 주한미군, 한국유학생을 축제장으로 오게했다.
명동거리에 청도싸움소를 몰고가서 축제거리퍼레이드에서 군수가 소를 타고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하이서울 페스티벌기간에 동대문구장에서 서울시민에게 청도싸움소로 시범경기를 보여 주기도 했다.
그간의 지역의 투우인과 관계 공무원들의 크고 작은 숨은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도 소싸움이 열리는 타지역의 추종을 불허하는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소싸움의 고장으로 이름을 날렸다.
소싸움축제로 지정되기전 기자의 요청에 의해 가장 한국적이고 향토적인 소싸움장면을 연출하여 사진을 찍었던 청도소싸움축제의 터무니를 찾았다.
지금은 대나무밭과 기와집은 예전과 그대로 인데 겔러리 용도인듯 양옥이 지어져 있고
주변은 대규모 아파트와 여러 다세대주택이 들어섰다.
사진속에 기와집인 본체와 별채인 양옥집인데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유명화가의 집이 소싸움축제의 터무니다.
어떤 인연인지 알수 없지만 9년전에 소싸움축제 터무니인 화가의 집 곁으로 이사를 와 살고있다는 사실이다.
그 시절을 추억하면서 2023청도소싸움축제의 성공적 개최를 기대하면서 청도상설소싸움장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는 그날을 손꼽아 기다릴 뿐이다.
안주봉 시조시인. 전 각북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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